[IMF속 빛보는 기업들]수출비중 높은 조선-전자 활기

  • 입력 1998년 3월 16일 19시 38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대부분의 기업이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빛을 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수출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비중이 낮은 기업은 고환율에도 끄덕없다〓원화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은 전례없이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과 전자부품업종은 제품수출비중이 각각 90%와 75%인 반면 외화결제 원재료비 비중은 33.0와 22.4%에 불과해 매출이익이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LG증권은 전망했다.

또 화섬업종은 고환율 덕분에 ‘사양산업’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올해 가장 잘나가는 업종의 하나로 떠올랐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은 외국인도 눈독 들인다〓차입금비율이 낮은 기업은 고금리나 금융경색에 따른 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다.

특히 시장지배력을 갖춘 회사들은 동종업계의 경쟁 기업들이 쓰러지면서 생기는 시장공백을 흡수, 내수부진의 파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대신증권 조용백(趙龍伯)기업분석실장은 “효성T&C 새한미디어 한국타이어 한국유리 아남산업 등의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보다 유가증권이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서 앞서간다〓지난주까지 주주총회를 마친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올해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생석회제조업체인 백광소재였다. 지난해 나래이동통신 주식 3백15억원어치를 매각한 덕분이었다.

또 올들어 30대그룹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계열사인 효성TNC가 보유한 출자지분을 매각한 효성그룹이었다.

이처럼 유가증권을 팔아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은 그 속도가 빠르지만 부동산을 팔아 구조조정을 하려는 기업은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금융비용부담이 적고 인건비 비중이 높으면 수익성 개선 여지가 많다〓차입금은 한꺼번에 줄이기가 쉽지 않지만 인건비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금융비용부담률이 평균 수준이라면 올해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10%씩 줄이면 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이자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그러나 “일부 시중은행처럼 과다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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