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극동이엔지, 쏟아지는 해외주문 한숨만 『푹푹』

  • 입력 1998년 3월 16일 20시 11분


철야 작업을 해도 모자랄 판에 공장의 기계소리가 멈췄다. 조업 중단 한달째, 일본과 폴란드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조립중이던 유압프레스는 천으로 덮인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안산 시화공단에 자리잡은 극동이엔지(대표 임순권·林順權)는 16년째 유압프레스만 전문적으로 생산, 지난해 매출액 43억원을 올린 탄탄한 중소기업. 하지만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기업인 D사에서 필수 부품인 유압 밸브를 공급해주지 않아 조립 공정이 멈춰버린 것. 밀린 대금 1천3백만원을 즉시 지급하라는 게 D사측의 요구다.

극동이엔지의 차은철(車恩哲)전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갑자기 자금 사정이 나빠져 얼마간 유예기간을 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바로 부품을 받지 못하면 막바지 공정에 이른 4대의 프레스(대당 1억5천만원)를 폐기해야 할 판이다. 다른 회사의 부품을 사용하려면 기본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

문제의 기업과 첫 거래를 시작할 때 강요에 의해 지급보증서와 백지어음을 맡겼던 것도 화근이었다.

“물론 불공정거래라는 것은 알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제 와서 자신들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급한 대로 다른 업체와 거래를 새로 트기 위해 백지어음과 지급보증서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먼저 돈을 가져오라며 막무가냅니다.”

밸브를 공급하는 D사의 담당 직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대금이 밀려있어 부품 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돈을 안주는데 납품하지 않는 게 뭐가 이상하냐”며 반문했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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