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대비, 자사주 매입과 전환사채(CB) 발행 등 방어대책을 마련하는 중이지만 허용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미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더구나 SK텔레콤의 주주인 타이거펀드 등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의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해 재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분산돼 있는 외국인 지분이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뭉칠 수 있다는 것을 타이거펀드 등이 보여줬기 때문.
국내 기업들의 M&A 방어력은 취약하기만 하다. 상장기업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35% 안팎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상당수 우량기업중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10,20%대에 불과한 곳이 적지 않다.
반면 외국인들의 지분율이 50%를 넘어선 곳이 에스원 등 5개사, 40%를 넘어선 곳이 메디슨 등 5개사, 30%를 넘어선 곳이 삼성화재 등 28개사에 달한다. 일부 기업은 외국인들이 추가 주식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지분 결합만으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당장 적대적 M&A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교보증권은 “자금난 해소나 사업구조조정을 위한 계열사 매각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당분간은 우호적 M&A에 치중할 것”이라며 “계열사간 지급보증이 해소되고 회계가 투명성을 갖춘 뒤에나 외국인들이 적대적 M&A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투자신탁은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돼야 외국인 M&A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우호적 M&A보다는 적대적 M&A의 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적대적 M&A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 M&A에 표적이 됐던 기업은 △각 업종에서 주도적 위치에 있는 기업 △특허나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 △광범위한 유통망을 갖춘 기업 △성장성이 높은 데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등이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적대적 M&A 허용으로 증시에선 미리 M&A 후보기업 주식을 사두는 선취매(先取買)가 크게 일어날 전망.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주주 지분확대와 자사주(自社株) 매입에 나서 일부 종목은 M&A 특수(特需)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