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SK텔레콤에 투자한 외국펀드들이 최근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 참여에 나서면서 외국인 지분이 많은 상장기업들은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투자자금인가 단기투기자금(핫머니)인가〓증권거래소는 한국주식시장에 진출한 펀드는 대부분 중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뮤추얼펀드라고 밝혔다. 또 타이거 퀀텀 아팔루사펀드 등 헤지펀드들도 적잖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주식시장에서는 상당부분이 중장기투자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는 수익추구를 위해 공격적 투기를 선호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90% 가량이 안정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국에 진출한 펀드의 투자성향이 중장기라 해서 이들이 한국시장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2,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한다는 것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이미 작년에 한 차례 경험한 것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구조조정이 좌초하면 단시일내에 유출돼 핫머니나 다를 바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
특히 채권시장에 진출한 펀드는 통화안정채권 등 만기가 짧은 채권에만 집중적으로 투자, 이상징후가 보이면 언제든지 돈을 빼 한국에서 떠날 태세다.
▼경영 개입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까〓외국펀드들은 한국의 기관투자가들과는 달리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곳이 많다.
특히 미국계 연기금들은 단기시세차익에 연연하지 않고 세심한 경영참여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행태를 갖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신규투자에 제동을 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은 지배구조가 불량하거나 주주배당이 적은 투자부적격 대상기업의 명단을 매년 발표하는 등 공격적으로 경영개선 압력을 가한다.
한편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적대적 M&A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는 아직 국내에 진출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외국펀드들이 한국기업을 M&A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매집해놓고 경영권을 장악한다고 위협, 해당기업에 고가에 되파는 ‘그린메일’을 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