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계열사간 현안 논의를 위한 별도 조직을 주력사에 설치, 그룹의 ‘틀’을 유지한다는 방안이다.
새 경영시스템에서 가장 힘이 세진 곳은 이사회. 현대그룹은 이사회를 경영진 대주주 사외이사 등 3각 체제로 구성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격상시켰다.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비롯해 최고 경영진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로 등재돼 경영진에 대한 감독권까지 행사한다.
삼성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등재되는 등 계열사별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 비서실의 규모를 줄여 삼성전자로 옮기고 신규채용 임원인사 등도 올해부터 계열사별로 실시하고 그룹 운영위원회나 사장단회의에서 이뤄진 주요 의사결정도 계열사에 일임키로 했다.
LG는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LG 계열사들은 그룹 개념에서 탈피해 독립경영체제로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 그룹 차원에서 해온 계열사 정기 임원인사도 올해부터 주주총회의 인준을 거쳐 계열사별로 실시한다.
대우는 총수의 경영책임을 높이기 위해 김우중(金宇中)회장이 ㈜대우 등 핵심계열사 대표이사를 맡되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한 자율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계열사별 이사회 기능은 강화된 반면 기조실(비서실)과 그룹운영위원회 등 ‘중앙집권적’인 조직은 폐지되거나 기능이 축소됐다.
현대는 그룹의 장기적 경영 목표를 결정해온 정례 사장단회의를 지난달 폐지했다. 삼성도 매주 열어온 그룹 운영위원회와 사장단회의를 폐지할 계획. LG 역시 정책위원회나 사장단회의를 의사결정권이 없는 협의체 형식으로 바꾸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계열사간 이해 조정과 대형사업의 협조문제 등의 논의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 종전 기조실 역할의 일정 부분을 수행케 할 계획이다.
현대는 정명예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되는 현대건설에 비상경영기획단을 둬 그룹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 회장을 보좌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은 현재의 그룹 비서실을 폐지하는 대신 삼성전자에 경영위원회 등이 설치된다.
LG도 계열사 구조조정을 전담하기 위한 한시적 기구로 구조조정본부를 두기로 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