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우가 연합전선을 형성함에 따라 삼성과 미국의 포드사의 제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아인수전이 급류를 타고 있다.
현대와 대우그룹의 고위관계자들은 30일 “현대와 대우이외에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자동차산업을 재건할 그룹이 없다”며 “두 그룹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2자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연대방안을 세부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들은 또 “현대의 경우 기아자동차를 단독 인수할 경우 상용차 부문을 거의 100% 장악하게 돼 독점논란이 제기될수 있다”며 “따라서 현대와 대우가 공조해 기아를 인수한 뒤 분할 경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그룹은 현재 실무자간에 기아자동차 지분 양분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현대와 대우는 또 기아자동차 회생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아특수강을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그룹은 작년 8월 기아사태가 불거진 직후에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중단한 상태.
현대와 대우측에 따르면 기아의 승용차 공장인 아산만공장은 현대가,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는 소하리공장은 대우가 인수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그룹은 최근들어 기아 임직원들의 반(反)삼성정서를 감안, 여러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포드와 삼성이 출자해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기아자동차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측은 현대 대우의 연대움직임이 구체화할 경우 현재 태도가 애매한 포드측이 삼성과의 제휴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 그때를 전후해 기아 공동인수 방침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포드와의 합작 법인설립을 검토중인 삼성은 “외국자본과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포드와 삼성이 제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3자구도로 정착될 경우 치열한 경쟁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획기적인 기술도약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와 대우는 삼성의 기아인수를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입장이고 삼성은 포드와 연대, 반드시 기아를 인수해야 하는 정반대 입장에 처해있다”며 “양진영간의 승패는 이해를 같이하는 연합세력간에 얼마만큼 강력하게 연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