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재즈카페 개업, 달러벌이 『짭짤』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위기를 기회로, 외국인 손님을 노려라.’

월급이 깎이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뛴 국제통화기금(IMF)시대. 호주머니가 얄팍해지면서 중산층까지 씀씀이를 크게 줄이고 있지만 달러를 들고 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쇼핑천국’이다.

서울 청담동에 최근 문을 연 재즈 레스토랑 블루문. 중산층과 부유층이 몰려 사는 강남의 소비중심지에 자리를 잡았지만 블루문의 주요 공략대상은 파란눈의 ‘달러손님’들.

“기업들도 해외자본 유치에 기를 쓰는데 레스토랑도 달러벌이에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

임재홍(林宰弘)블루문사장이 외국손님이 자주 찾을 재즈카페를 구상한 것은 지난 연말 IMF구제금융 신청 직후. 서울 시내 호텔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든다는 뉴스에 눈이 번쩍 뜨였다.

평소 안면 있는 외국친구들이 “한국에선 쉴 곳이 호텔내 유흥업소밖에 없다”며 불만스레 얘기하던 것도 생각났다. 우리기업들이 잇따라 외국기업에 팔려가고 그렇게 되면 더많은 외국인들이 몰려들텐데….

임사장은 블루문 자리에 있던 재즈카페를 인수해 내부시설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뒤 지난달 31일 리츠칼튼호텔에서 첫 개점 홍보파티를 벌였다. 주한(駐韓) 상공회의소 회원만 1백50명 정도를 초청,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려주며 ‘가볼 만한 곳’이란 인상을 심어주려 한 것.

‘신고식’ 이후엔 통신광고(DM)전단을 6백명에게 돌렸다. 외국손님 마케팅을 총괄하는 윤현정(尹賢貞)씨는 “외국손님들은 개인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DM도 미리 접수의사를 타진한 뒤 전달한다”고 말한다.

블루문에서 외국손님을 접하는 6명의 웨이터들은 모두 영어회화에 익숙한 베테랑들. 음식이나 와인 등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다음달 메뉴선정 및 조리법에 즉각 반영하기 위해서다.

외국인들이 즐기는 재즈 라이브공연도 마케팅 차원에서 도입했다. 23일 호암관에서 열리는 세계적 재즈연주가인 롱 카터의 공연처럼 블루문이 ‘소화하기’ 어려운 행사는 입장권을 예매, 원하는 손님에게 판매한다. 다만 자유로운 재즈풍에 일부러 유럽스타일의 고전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것은 구매력을 갖춘 고급외국손님들을 의식한 것.

개점 10일째를 맞은 블루문의 고객 중 외국손님 비중은 25∼30%. 마케팅 담당 윤씨는 “장사하면서 애국(愛國)한다는 느낌은 처음”이라며 “서울 최고의 외국인 명소가 되는 게 블루문의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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