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에서는 ㈜대평 채권단의 체불공사대금 지급 촉구대회, ㈜세진컴퓨터랜드의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 등 29건의 집회와 시위가 한꺼번에 벌어졌다.
그러나 종전의 전투형 시위와는 사뭇 달라졌다. 대부분이 시민에 대한 호소와 홍보형 시위. 매캐한 최루탄 연기와 돌멩이로 대표되는 80년대식 대규모 정치 시위는 사라지고 있다.
대신 IMF한파로 직장인부터 노인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거는 소규모 ‘생계(生計)형 시위’가 새로운 시위 패턴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성타이어㈜ 직원들은 이달초부터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 본점앞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96년1월 부도난 뒤 채권단 중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반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못하자 이들 은행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정부의 공무원 감축 방안으로 임용 취소 통보를 받은 공무원들도 지난달 24일 명동성당에서 침묵 시위를 벌인데 이어 13일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밖에 정부의 노인관련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노인단체가 청와대앞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출퇴근 시간에 전철역 주변에서 아무 말없이 인사하는 일종의 홍보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경찰청에 따르면 IMF한파 이전 하루 5,6건이던 집회 및 시위가 최근 14∼1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서울경찰청 한풍현(韓豊鉉)경비계장은 “하루 평균 40여개 중대와 경찰서 방범순찰대 병력까지 시위 현장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지만 과격시위는 사라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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