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구조조정 불만배경]시늉만 낸 재벌개혁에 부담

  • 입력 1998년 4월 14일 07시 5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3일 대기업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일 것을 재촉구하고 나선 것은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과제인 재벌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외자유치를 위해 자신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힘겹게 물꼬를 튼 투자사절단 파견이 실효를 거두려면 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한 외국의 신뢰를 얻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재벌총수들과 합의한 5개항중 기업의 신인도를 제고하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는 일단 관련법 개정을 통해 어느 정도 틀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업종을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경영역량을 주력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핵심부문의 설정은 극히 부진한 실정이라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정책기획수석이 “팔 것은 팔고 합칠 것은 합치는 대기업의 구체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또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 강화도 기업들이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노사정 합의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재벌개혁이 주춤거리면서 노동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부담을 느낀 측면도 있는 것같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민적 협력과 고통 분담’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자율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제2선’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그쳐야 한다는 게 김대통령의 생각이다.

다만 강수석이 재벌구조조정이 부진할 경우 금융차별화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개혁에 무성의한 재벌에 대해 은행을 매개로 간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도 있음을 밝힌 것이어서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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