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재계에 따르면 A그룹은 재무구조개선계획에 계열사 매각계획을 포함시키면서 구체적으로 계열사명을 기재했다가 최근 큰 곤경에 빠졌다. 주거래 C은행이 매각대상 계열사에 대한 신규대출 중단은 물론 기존 대출금까지 만기전인 데도 돌려받겠다고 통보한 것.
A그룹은 C은행측에 “재무구조개선계획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은행측은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그룹들은 최근 은행들이 요청한 재무구조개선 수정계획에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정리대상 계열사를 밝혀야 할지 난감한 처지다.
A그룹이 주거래은행에 혼쭐이 났다면 B그룹은 주거래은행도 아닌 국책은행에 시달리는 케이스. 이 국책은행은 최근 “주거래은행 만큼의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재무구조개선계획을 당연히 제출해야 할 것 아니냐”고 압박하고 있다. A그룹측이 주거래은행과 맺은 ‘비밀유지’ 약정을 들어 거부하자 이 국책은행의 실무담당자는 “신규대출 심사를 하지 않을테니 알아서 하라”고 말해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위험을 무릅쓰고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은행들이 재무구조개선계획을 악용해도 기업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이같은 사례가 잇따르면 기업들 역시 ‘두루뭉실한’ 개선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