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원에 경영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은행은 모두 12개.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조흥 상업 한일 외환 충청 경기은행과 경영개선조치요구를 받은 동화 동남 대동 평화 강원 충북은행 등이다.
금감위는 이 계획서를 검토, 이르면 6월말경 일부 은행에 대해 합병이나 폐쇄명령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 8∼9월은 은행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는 등 금융시장 초유의 대대적인 개편이 벌어지는 ‘뜨거운 여름’이 될 것 같다.
▼알맹이 없는 계획서〓계획서를 작성한 12개은행 종합기획부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솔직히 말해 알맹이는 없다”고 고백했다.
정상화의 핵심인 자본확충계획을 조기에 실천하겠다는 은행은 거의 없는 상태.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대형은행들조차 증자계획을 대부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주가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그 대신 기존점포를 올해 안에만 30∼40개씩 줄이고 인력을 2천명까지 정리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밖에 조흥은행의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제 도입 방안이나 한일은행의 외국인 이사대우 및 전문인력채용 계획 등이 눈길을 끈다.
▼경영진 교체여부도 관심〓금감위가 밝힌 정상화계획 평가기준은 앞으로 6개월∼2년내에 자본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도 자본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다 제대로 된 증자계획을 제출한 은행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평가의 시선은 다른 항목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위가 강조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경영층 및 간부의 교체’다.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 교체에 대한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 그러나 경영진 교체 의지를 밝힌 은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계획서가 경영평가위원회로부터 승인받지 못한 은행 경영진은 사회적인 퇴진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는 그밖에 위험자산의 축소와 신용분석시스템, 내부감사 기능 강화계획 등 경영능력도 검토할 계획이다.
▼나머지 12개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금감위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은 은행들도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번에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한 12개 은행과 오십보백보”라고 말했다.
금감위는 7월경 이들 8% 이상의 12개 은행이 상반기 가결산을 마친 뒤 경영진단을 실시해 이를 토대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 총 24개 은행의 구조조정 작업은 늦어도 9월경에는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망하는 은행이 나온다〓금감위는 은행을 우량 보통 부실의 3개 등급으로 나눠 ‘부실은행’은 반드시 퇴출(폐쇄)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보통은행’은 경영진 퇴진과 다른 은행과의 통폐합을 통해 정상화시킬 계획.
폐쇄 합병대상은 경영정상화계획서와 미국 6대 회계법인이 벌이고 있는 경영진단결과가 나오는 5∼6월경 윤곽이 드러난다. 예금자보호를 위한 재원조달여부가 은행 폐쇄 등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