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렬/기업인 방북 성공하려면

  • 입력 1998년 5월 5일 21시 46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서 남북경협의 여건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 대기업 총수들도 구조조정 문제 등이 걸려 있어 대북사업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남북경협을 합의→계약→조업의 단계로 나눠 볼 때 그동안 추진해온 경협사업 중 정상조업의 단계에 접어든 것은 10%도 안된다. 또 분야별 경협도 단순물자교역과 임가공 쪽만 그런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 합작 합영 등의 투자분야는 큰 진척이 없다.

이는 남북간의 사고와 전략의 차이 때문이다. 북한은 당면한 경제난과 체제특성 때문에 경협을 단기적으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 또 비경제적 측면을 강조하거나 합의서 채택과 같은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기도 한다. 대기업총수의 방북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런 차이를 좁히는 ‘세기(細技)’가 필요하다. 사전협의가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총수가 방북, 어떤 합의를 할 경우 실무팀이 나중에 이를 뒷감당하기 힘들다. 북한이 시장경제쪽으로 크게 전환하지 않고도 추진이 가능한 분야를 선정하거나 북한의 변화를 조용히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총수의 방북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종렬<수출입은행 북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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