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해태 부채탕감式 구조조정 압박

  • 입력 1998년 5월 6일 19시 43분


해태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임박했다.

채권금융단과 해태의 구상이 실현되면 해태그룹은 음료와 유통은 외국인에게 매각하며 전자와 중공업은 계열분리하는 등 사실상 해체돼 해태제과 중심의 소그룹으로 남는다.

해태그룹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6일 해태그룹으로부터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받았으며 8일경 이를 토대로 8개 채권은행을 소집, 회의를 열고 그룹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경 합의안이 나온다.

이는 지금까지의 청산이나 법정관리 등 과는 달리 △대출금의 출자전환 △상호지급보증해소 △부채탕감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해 부실그룹 전체를 구조조정하는 첫 사례이며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다른 부실기업 정리에도 유용한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구상〓해태와 채권단이 고려중인 아이디어의 뼈대는 음료 유통 등 매각 대상 계열사에 대해서는 부채를 일부 탕감, 매각을 조속히 하고 해태제과 등 남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부채를 출자로 전환하는 것.

출자전환은 주력기업인 해태제과에 대해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3월말 현재 해태제과의 은행권 여신은 3천5백억원. 해태는 이중 1천억원을 지분으로 전환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은행은 해태제과의 지분을 액면가 기준으로 37.4%가량 확보하게 된다. 액면가 이하 시가로 전환할 경우 지분은 절반을 훨씬 넘어설 전망.

은행들은 출자액중 51%를 외국인에게 매각하고 49%를 쥐고 있다가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팔겠다는 계획.

은행 입장에서는 여신이 지분으로 바뀌므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고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은 부채가 적어져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물론 해태제과가 회생에 실패하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기업부실이 은행부실로 연결되는 파국을 맞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1백억원의 여신을 10년후에 받는 것보다는 50억원만이라도 당장 받는 것이 현금흐름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며 부채탕감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태그룹은 음료와 유통 등을 이미 매물로 내놓고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종금사들과 3천7백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분(전환사채·CB)으로 전환하는 해태전자의 협상은 거의 성사단계다.

▼남은 이견〓채권은행단과는 달리 해태그룹측은 제과 외에도 음료 유통 상사 등을 묶어 함께 출자전환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 담보가 부족한 채권단 일각에서는 부채탕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부채외에 2천억∼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협력업체에 대한 부도어음 등 가외 빚도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한라펄프 사례〓산업은행은 6일 화의절차가 진행중인 한라그룹 계열의 한라펄프제지를 미국 보워터사에 2억1천만달러에 매각하기로 최종 합의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부실채권 정리방식을 통한 국제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이 금액은 당초 보워터측이 제시했던 인수 가격 1억3천5백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6월중 전액 현금으로 유입돼 21개 국내 채권금융기관에 일시불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에 성사된 한라펄프제지의 M&A는 자산매각 방식과 부실채권 정리개념을 조합한 거래로, 국내 채권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을 보워터사가 매입한 후 이를 기업 인수자금과 상계처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편 미국 쿠어스가 진로쿠어스를 살 때도 채권단이 일부 부채를 탕감,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송평인·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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