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전부총리에 대한 직무유기혐의를 수사중인 검찰이 강전부총리를 여섯차례에 걸쳐 소환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외환위기를 어느 정도 보고하는 ‘시늉’은 했지만 위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고다운 보고’는 없었다는 얘기다.
YS의 경제정책에 관한 자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과 강전부총리의 진술을 주목하고 있다. 양인은 한결같이 “대통령은 경제정책 관련 지시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경제에 관한 한 무심했다”“경제관련 보고를 오래하면 싫어했다”고 진술했다.
그만큼 YS의 경제지식이 얕고 무관심한 것을 아는 강전부총리가 ‘전문용어’를 내세워 사태를 얼버무리고 IMF지원요청같은 결심을 얻어낼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겉치레 보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검찰은 환율시장이 마비되던 지난해 10월 말 강전부총리의 보고를 들고 있다.
강전부총리는 환율시장 마비상황을 YS에게 보고하면서 보고서 맨 마지막줄에 ‘1일 환율상한폭 돌파’라고 적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상한폭 돌파가 외환시장 마비라는 엄청난 사태를 뜻하는지 아닌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은 채 그럴듯한 전문 경제용어 한마디를 보고서에 기재했다는 것만으로 보고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보고를 들은 김전대통령의 반응이야말로 강전부총리의 보고가 ‘눈가림’이었음을 뒷받침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김전대통령은 지난해 11월10일과 12일 이틀 동안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와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 윤진식(尹鎭植) 전청와대조세금융비서관의 보고를 받자마자 “상황이 그렇게 어려우냐”며 당장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반해 강전부총리의 보고를 받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는 것이다.
〈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