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번째로 12일 재계 자산순위 28위인 거평그룹(회장 나승렬·羅承烈)이 거평시그네틱스 등 4개 주력사만 남기고 나머지 15개 계열사를 사실상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계획을 발표했다.
나선주(羅善柱) 부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계기업을 도태시키고 생존가능성이 큰 4개 주력사만 남기는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자발적으로 단행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거평은 수출중심 제조업과 금융 전문그룹으로 거듭 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평그룹은 이를 위해 △거평제철화학 △거평화학 △거평시그네틱스(반도체) △한남투자신탁증권 등 4개사를 제외한 새한종합금융 거평파이낸스 등 금융계열 3개사는 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또 △거평종합건설 △거평산업개발 △거평유통 △㈜거평 등 회생 가능성이 적은 기업은 법정관리, 거평패션은 화의를 각각 법원에 신청하며 거평식품은 청산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30대 그룹중 계열사를 절반 이상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은 효성그룹에 이어 두번째이다.
이번 구조조정 추진으로 79년 금성주택으로 출발, 대한중석 라이프유통(거평유통) 한국시그네틱스(거평시그네틱스) 등의 인수를 통해 8년만에 30대 그룹에 진입하는 ‘신화’를 일궈냈던 거평그룹의 초고속성장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거평그룹은 이와 함께 이번 주내 대한중석 초경합금부문을 이스라엘의 이스카사에 1억5천만달러에 매각, 부채상환 등에 사용하고 한남투자신탁증권에도 올해말까지 1천억원을 증자, 경영정상화를 꾀하는 한편 외국자본도 유치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거평측은 이에 앞서 11일 오후 ㈜거평 거평종합건설 거평패션 앞으로 돌아온 어음 13억원을 막지 못해 1차부도를 냈었다.
나회장을 비롯, 자금담당 임원들은 11일 심야 대책회의를 열어 ‘몸통을 도려내는 구조조정 외에는 그룹 회생이 어렵다”는 쪽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