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42평형으로 지난해 9월 완공된 뒤 집주인 강모씨(56·회사원)가 곧바로 전세를 내놨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 텅빈 상태였다.
관리비로 매달 20여만원을 내며 고민하던 강씨는 전세를 경쟁입찰에 부치기로 하고 부동산 회사인 ‘부동산 마트’에 중개를 의뢰했다.
입찰일인 12일 오전10시. 10여명의 응찰자가 이 집에 모여들었다. 응찰자들은 먼저 아파트를 구석구석 둘러봤다. 마음 속으로 전세금을 계산해보다 실제로 입찰에 응한 사람은 5명.
최저 입찰가는 파격적인 수준. 시세의 10분의 1인 9백만원에서 시작했다. 남이 볼세라 조심스럽게 희망액수를 적어낸 사람들 중에서 3천만원을 쓴 윤모씨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운좋게’ 입찰에 성공한 윤씨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헐값에’ 전세를 구했기 때문인지 집주인 강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2만∼3만원 차이로 떨어진 사람들은 못내 아깝다는 표정.전세를 놓기 위해 애쓰다 결국 경매를 결심한 집주인 강씨 역시 8개월간 속을 썩이던 문제가 해결되자 시원해 하면서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기 때문인지 아쉬움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부동산마트는 이날 상가 다세대주택 전답 빌라 등 모두 10건의 물건을 경매에 부쳤지만 강씨의 아파트만 낙찰됐을 뿐 나머지는 입찰 참가자가 한명도 없어 자동유찰됐다.
부동산마트는 법원에서나 볼 수 있던 경매방식의 전세거래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이 제도를 보다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