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작년 외환위기때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붕괴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수급상황이 크게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을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주식시장 ▼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망세와 개인투자자의 이탈로 수요가 급감한 가운에 정부의 ‘여신회수를 통한 부실기업 조기 정리 방침’이 주식시장을 또 한차례 강타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지면서 거래도 제대로 안되는 실정.
금융기관과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增資) 수요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지만 10개 기업중 6개 기업은 주가가 액면가에도 못미쳐 특단의 수단이 없는 한 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당국은 “주식시장이 시장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는한 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며 마땅한 부양책도 없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재유입만이 주식시장을 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주식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강헌구(姜憲求)ING베어링증권서울지점이사는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한 외국인들은 계속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다만 부실기업이 빨리 정리되면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 외환시장 ▼
13일 현재 기업들이 은행에 예치해둔 달러화는 무려 83억달러. 외환은행 하종수(河宗秀)딜러는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기업들이 보유달러를 시장에 조금씩 내놓기 때문에 그나마 외환시장이 평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금고에 달러화가 넉넉하다. 도이체은행의 한 딜러는 “요즘 은행들은 역마진(손해)을 우려, 기업들이 맡기겠다는 달러화예금을 거부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충격의 여파로 외환쪽에도 불안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1천3백35원까지 하락한 원―달러환율은 인도네시아 사태 노동계의 강경투쟁선언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하락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1천4백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외환컨설팅업체 핀텍의 이재줄(李在茁)부장은 “환율안정의 가장 큰 요인인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5월부터 꼬이면서 원화도 점차 평가절하(환율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선물환시장(NDF)에서 1년물 원―달러환율 시세는 1천6백50원이라며 “1년뒤에는 환율이 이만큼 상승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을 끌어올릴 만한 악재는 즐비하다. 우선 △노동계의 강경투쟁 선언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지체 △연쇄부도 우려 등 국내적 요인이 버거운데다 △인도네시아 사태의 악화 △미국 금리의 인상 가능성 △엔화약세 등 외부악재도 만만치않다.
금융전문가들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돼 중장기 외자도입이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원―달러환율은 1천5백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강운·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