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이틀째 종합주가지수 350대의 폭락장세를 보이고 환율은 13일 종가 기준으로 다시 1천4백원대로 상승했다.
재벌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기업 연쇄부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의 급속한 철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강경반발 움직임, 기업 살생부 루머, 금융권의 대출 회수 및 중단,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국내은행 신용평가등급 하락, 인도네시아 사태 등이 겹치면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10일 은행을 통한 부실기업 조기 정리방침을 밝힌 뒤 정리대상 기업에 대한 루머가 퍼지면서 금융시장과 실물부문이 급속한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금고에 돈이 남아돌지만 정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기피할 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까지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멀쩡한 기업에 대해서까지 대출연장을 기피하는 금융기관도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 우량기업까지 연쇄적으로 흑자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들이 기업에 마음대로 돈을 꿔주지 못하는 것은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공신력 있는 부실기업 퇴출기준을 새로 정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없애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13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한때 전날보다 7포인트 이상 하락해 344.73을 기록했으며 오후 들어 다소 반등, 356.58로 마감됐다.
고객예탁금이 2년2개월만에 2조원 이하(1조9천6백91억원)로 줄고 신용융자 잔고도 88년5월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5천억원 아래로 감소, 증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외환시장도 한마디로 폭풍전야의 상황이다. 이달초 달러당 1천3백35원이던 원화 환율은 이날 1천4백5원으로 마감됐다. 14일 기준환율은 1천3백99.40원.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외화예금이 완충작용을 해 당분간 급격한 환율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노사불안과 금융 기업 구조조정 과정의 혼란 등 대형 악재가 현실화하면 급등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대우경제연구소의 함정식(咸晶植)채권팀장은 “노사불안과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 메가톤급 악재가 상존하는 한 환율과 금리는 언제든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이날 “최근 한국의 점증하는 노동불안에다 10대 재벌 중 하나인 동아그룹이 위기에 몰리면서 가뜩이나 빈약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와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도 이날 “구조조정이 지금처럼 혼란을 겪는다면 한국경제는 상당기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위기 관리시스템마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청와대에 일일 외환보고를 하고 이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직보하고 있다”며 “어느 상태가 위기인지는 대통령부터 정책담당자까지 각자의 개인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설광언(薛光彦)박사는 “구조개혁이 본궤도에 오르면 기업은 물론 금융권의 자금사정은 한동안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양해를 전제로 통화량 증대, 채권발행을 통한 구조조정자금 확충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우량기업과 우량금융기관들까지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규진·백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