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회사채 발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회사채 순증액(발행액-상환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조원에 달했던 순증액은 4월 2천억원대로 뚝 떨어진 데 이어 5월엔 마이너스 5천8백억원으로 급감했다.
IMF체제 이후 회사채시장을 독점해온 5대그룹도 최근 회사채 발행을 포기한 상태며 3년전 발행한 중견그룹들의 회사채는 만기연장이 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기피하는 것은 H, D사 등 국내 양대 보증기관들의 신뢰도가 낮은 데도 높은 보증료를 요구하기 때문. 현재 3년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이자율)은 연 17.8%지만 3년 동안의 보증보험료를 선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연 20.4%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인수기업과 미리 적당한 이자율에 합의한 뒤 사모(私募)사채를 발행하는 대기업이 크게 늘었다.
D증권 채권팀 관계자는 “사모사채는 신용이 양호한 일부 대기업만 발행이 가능해 자금시장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발행절차와 비용도 회사채시장을 위축시키는 또다른 요인. 유가증권발행신고서 등 서류를 꾸며 당국에 제출해도 실제 자금을 받는 데는 적어도 10여일이 걸린다. 중개 증권사 등에 줘야하는 인수비용도 만만치 않다.
L그룹 자금담당자는 “3개월짜리 기업어음도 ‘만기연장’조건만 붙이면 회사채처럼 장기로 자금을 운영할 수 있어 굳이 골치아픈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