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일부 지방은행은 증자에 불참하면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면서 거래기업에 시가가 1천원에도 못미치는 주식을 5천원에 인수하도록 강권했다.
또 일부 우량은행도 증자참여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며 직원들을 ‘억지춘향’식으로 증자에 참여시켰다.
유통업을 하는 L씨는 1억원을 대출받은 경기은행 모지점으로부터 최근 ‘우리 은행이 유상증자할 때 주식 1천주를 주당 5천원에 사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L씨가 “시가가 주당 5백원대인 주식을 5천원에 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맞서자 은행측은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대출금의 만기가 될 때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
광주은행도 경기은행과 같은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몇몇 지점이 지방상공인들에게 증자에 참여할 것을 강요했다가 항의받았다.
이에 대해 광주은행 관계자는 “지점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면서 “해당 지점장을 문책하고 거래기업들에 증자참여를 강요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증권업계는 “주가가 액면가(5천원)에 못미치는 은행들이 액면가로 증자 하겠다는 발상을 할 때부터 이같은 부작용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1천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 주식을 누가 5천원에 ‘자발적으로’ 사겠느냐는 것.
16일 현재 26개 상장은행 중 주가가 5천원 이상인 은행은 국민 신한 주택 하나 등 4곳에 불과한 데 이들 은행마저도 현재의 주식시장 상황에서는 증자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사례 외에도 일부 은행이 부실기업에 대출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증자 참여를 유도한 사례도 있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편법 사례가 적발될 때는 증자를 인정하지 않는 등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