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고위관계자는 19일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이 우리의 외환사정 악화를 감지, 단기채무 80억달러를 회수해가 외환시장이 갑자기 악화됐다”고 밝혔다.
실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는 지난해 11월 24,25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아태정상회의(APEC)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이같은 말을 건네며 미안함을 표시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하시모토총리는 김전대통령에게 “일본이 단기채무 80억달러를 빼내가는 바람에 국제금융자본이 한국의 외환위기를 감지하고 돈을 빼가기 시작해 외환위기가 악화됐다.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
그러나 김전대통령은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뒤에 APEC에서 만난 하시모토일본총리가 이같이 말하는 데도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이) 그때까지도 IMF체제와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관해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일본 금융기관 등이 대규모 자금인출을 시도한 배경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국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금융기관 등이 당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외환사정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는지에 대해서는 금융관계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