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7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96년 1.0%에서 작년에는 마이너스 0.3%로 반전,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8.3%) 일본(3.4%) 대만(5.1%) 등의 높은 경상이익률과 크게 대조적이다.
한은이 61년 조사를 시작한 후 국내 제조업체들이 마이너스의 경상이익률을 기록,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은 80년(-0.18%)이후 17년만이다.
경상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 및 일반관리비 △이자부담 △환차손 △유가증권 평가손 등을 뺀 것.
국내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영업은 그런대로 잘했지만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외화부채의 환차손 및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11.0%로 96년의 10.3%보다 다소 개선됐다.
또 영업실적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도 96년 6.5%보다 높은 8.3%에 달했다.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고 투자축소로 광고선전비 등 각종 경비가 절감된데 따른 것.
이처럼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증가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환차손과 금융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다.
환율 폭등으로 매출액에 대한 환차손 비율이 사상 최고수준인 3.1%로 높아졌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전년의 5.8%에서 92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은 6.4%로 상승해 결국은 ‘팔면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이다.
제조업의 작년 환차손 규모는 총 12조7천9백40억원으로 96년의 1조3천7백30억원에 비해 무려 9.3배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적자 장사로 기업의 부채비율이 전년의 317.1%에서 396.3%로 높아졌고 차입금 의존도는 47.7%에서 54.2%로 상승,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