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등」대우 『이젠 1등』…현대-삼성 『당혹』

  • 입력 1998년 5월 26일 19시 28분


대우그룹이 ‘만년 2등’의 불명예 딱지를 털어내며 최고의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작년말 쌍용자동차를 전격인수, 앞서가던 LG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3위에 성큼 올라선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 조선 자동차 수출 등의 부문에서 정상에 속속 올라서고 있다.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의 차기전경련회장 내정으로 대우의 위상이 높아진데 이어 그룹 실적마저 크게 좋아지자 1위자리를 뺏긴 현대 삼성은 ‘무리한 실적경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당혹해 하는 빛이 역력하다.

▼대우, 3대 업종에서 1위〓대우중공업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6억9천만달러어치의 선박을 수주, 국내는 물론 세계1위를 지켜온 현대중공업(5억달러)을 앞섰다. 이달말에 가면 수주액이 총10억달러에 달해 현대와 더 거리가 벌어질 전망.

대우자동차도 지난달 월간 자동차 등록대수가 2만5천9백92대로 사상 처음 현대자동차(1만5천9백31대)의 판매고를 추월했다. 96년까지 3위였던 대우가 작년초 기아를 제친뒤 1년여만에 1위 고지에 올라선 것.

작년 3위였던 ㈜대우는 올초 금수출에 힘입어 2위인 현대종합상사를 눌렀고 지난달엔 월간 수출실적 17억7천4백만달러로 삼성물산까지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같은 약진으로 대우 14개주력사의 지난 1·4분기(1∼3월) 영업이익은 7천4백억원을 기록했으며 전체 계열사를 합치면 1조원가량의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 약진의 비결은〓대우측은 “5,6년전부터 추진해온 세계경영과 작년 시작한 비상경영이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자평한다.

세계경영을 위해 최근 3년간 사흘에 하나꼴로 해외현지법인을 설립, 현재 5백90여개에 이르는 전세계 네트워크가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지금융과 수출분야에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적자원이 축적돼 세계경영에 탁월한 안목을 갖게 됐다는 얘기.

조선부문에서는 일찌감치 조선산업합리화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켜 놓았으며 자동차 역시 현대와 경쟁할 수 있는 고유 모델의 차종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우 관계자는 “대우는 현대 삼성보다 그룹 덩치는 작지만 세계경영으로 해외시장을 크게 넓혀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일시적으로 1위에서 밀려날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2위자리는 지킬것”이라고 자신했다.

▼당혹해 하는 현대 삼성〓현대 삼성측은 겉으로는 “대우가 무리한 실적위주 경영으로 신정부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며 불만스런 반응.

자동차의 경우 대우 계열사 직원에게 강매하다시피 떠넘겨 실적을 쌓은 것이며 조선도 선가를 10%씩 깎아 무리한 출혈수주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출부문에서도 금을 수입해 재수출하는 중계무역실적이 올들어 5억3천3백만달러나 돼 이를 빼면 별로 나아진 것도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현대 삼성은 대우를 크게 의식하고 있는 눈치다. 현대 삼성 공히 최근 계열사 사장단들이 참석하는 최고경영자(CEO)협의회 등에서 대우에 뒤진 계열사 사장들이 질책을 당했다는 후문.

그리고 은근히 대우처럼 무리를 해서라도 실적을 쌓을 것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고.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대우의 공격적인 세계경영이 국내 기업들에 자극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칫 과당경쟁을 촉발할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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