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앞 뒤 안맞는 행정과 공무원들의 면피주의 때문에 허송한 세월을 떠올리면 ‘한국〓기업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지적에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신용대란 속에 건립허가가 난 탓에 건설자금 대부분을 외국에서 끌어와야 할 처지.
88년 서울시로부터 8백19억원을 주고 매입한 제2롯데월드 부지 2만7천평이 ‘문제’가 된 것은 노태우(盧泰愚)정부시절 5·8조치(90년) 때문. 사업계획서와 도시설계 조정심의 신청을 잇따라 냈지만 서울시가 뚜렷한 이유없이 반려하는 바람에 2년동안 ‘첫삽’을 뜨지 못했고 그새 국세청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덜컥 판정해버린 것.
이에 따라 취득세 토지초과이득세 등이 해마다 중과세됐다. 사업을 벌이지도 못한 롯데물산은 해마다 50억원 가량의 법인세까지 냈다. 93년 대법원이 취득세 중과건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서울시가 사업시행을 늦췄다’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지만 해마다 건별로 소송을 내 세금을 돌려받는 지루한 ‘전쟁’을 벌였다.
무엇보다도 당국의 ‘따로따로’행정은 건축허가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교통영향심의 도시설계심의 건축허가사전승인 등을 거치면서 서울시 송파구청 등 유관기관에서 받은 도장만 3백여개.
교통영향평가의 경우 45개 유관부서에 질의를 내고 답변을 받기 때문에 관련 서류분량을 담당자조차 헤아리지 못할 정도.롯데물산 관계자는 “3가지 승인절차 모두 송파구 관련과에서 1차 서류심사를 한뒤 서울시로 넘기게 돼 있다”며 “부서간 의사교류만 잘된다면 승인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무원 편의를 위한 행정 탓에 몇년을 날려버린 셈이다.
벌거숭이 나대지였던 부지엔 그동안 누군가 버린 복숭아 씨가 자라나 열매까지 맺었다. 수목제거에만 일주일 이상 걸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디즈니사가 파리에 디즈니랜드를 세울 때는 시에서 부지매입비를 탕감해주는 것은 물론 지하철까지 연결시켜줬다”며 “법과 규정에 맞춰 추진되는 민간사업에 제동을 거는 관행은 제2롯데월드가 마지막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