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처리’라는 대우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연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간 ‘재벌개혁 5개 합의사항’에 배치되는 것으로 그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국영 중공업업체인 ‘안살도’ 인수도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대목. 김회장은 측근들에게 “파키스탄 고속도로 공사대금 7억달러를 인수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2환란(換亂)을 막기 위해 몸통을 도려내고 있는 다른 재벌들과 정부로서는 ‘김빠지는’ 일임에 틀림없다. 정부나 금융당국은 특히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당혹해하는 눈치. 김회장이 재벌개혁에 대한 재계의 반발과 요구사항을 수렴,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차례 이 문제를 제기해왔기 때문. 따라서 정부측으로서는 대우의 한화에너지 인수를 방치할 경우 다른 재벌들의 ‘사업다각화’에 제동을 걸 명분을 잃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만 놓고 보면 한화에너지 인수는 대우와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모두에 적잖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NIOC는 구미 석유메이저들의 농간을 피해 원유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고 대우 역시 김회장이 이란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초기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매출규모보다도 많은 3조2천억원(발전부문 포함)의 부채를 안고 있어 정상화엔 상당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대우가 대대적인 부채탕감을 요청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재계는 대형합작은행 설립에 대해서도 그 배경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으며 특히 대우의 이같은 확대경영을 뒷받침해줄 자금력에 회의를 품는 분위기. 대우그룹 계열사들 중 가장 신용상태가 양호한 대우중공업의 경우도 회사채 발행시 다른 그룹 우량사보다 0.5%의 가산금리를 물 정도로 대우의 자금여력에 대해선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기준 5대그룹의 해외기채액중 삼성 다음으로 많은 97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정부당국이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