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과 감봉의 영향이 본격화돼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것이 당장의 생산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산능력을 가늠할 투자까지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
통계청은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4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소비와 투자 감소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필요한 소비마저 하지 않고 있어 생산과 투자 전부문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또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경기 하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의 주요지표인 도소매판매는 4월중 작년 동월보다 15.0%, 내수용 소비재출하는 24.4% 줄었다. 내수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태임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소득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우려해 경제성장률 하락폭보다 더욱 큰폭의 소비위축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력이 줄어든 가운데 생활물가지수가 1년전보다 12.7%(전월세를 포함하면 10.4%) 상승한 것도 소비위축의 원인.
수출은 작년 4월보다 28.3% 늘었으나 내수출하가 26.5%나 감소해 수출과 내수를 합친 전체 출하는 11.6% 줄었다.
산업생산은 10.8% 줄었는데 이 가운데 제조업은 경공업 19.1%, 중화학 8.7%를 합쳐 11.1% 줄었다.
생산과 출하가 줄어들어 기업의 투자여력과 임금지불능력이 낮아진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기업축소형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할 조짐이다.
게다가 자금난이 심해지고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려워 투자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4월중 설비투자는 작년 동월보다 48.6%나 줄고 또다른 투자지표인 기계류수입액과 국내기계수주도 각각 54.1%와 47.0%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세는 작년 7월부터 계속되면서 감소폭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건설부문의 국내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4월에는 1년전보다 무려 58%나 줄었다. 이는 건설현장 근로자, 특히 미숙련노동자들의 실업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4월중 제조업 평균가동률(68.3%)이 전달(65.4%)보다 다소 높아졌다.
또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월보다 0.1%포인트 감소에 그쳐 하락폭이 줄고 경기선행지수는 3월보다 1.1% 증가(작년 동월대비로는 3.3% 감소)해 경기가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경기 하락 정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행이지만 4월중의 결과만으로 향후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4월의 소비 중 도소매판매를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가 57.3%로 가장 많이 감소했으며 △백화점 매출(-22.9%) △음식료품종합소매(-15.8%) △건축재료(-25.2%) △가정용기기 및 장비(-15.2%) 등이 각각 감소했다.
내수용 소비재출하부문에서는 △중 소 대형 승용차(-65.4%) △정수기(-63.1%) △대형냉장고(-50.9%) △남녀기성복(-29.7%) 등의 매출이 크게 줄어 소비자들이 불요불급한 품목의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승용차(212.3%) 휴대전화(113.3%) 등은 큰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자동차 사용이 다시 늘어나면서 휘발유 소비도 36.0% 늘었다.
<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