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3사가 세계 D램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D램 분야는 대표적인 공급 과잉 케이스. 이 때문에 64메가D램의 가격이 이달 들어 8달러선까지 떨어지고 16메가D램은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1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략적 감산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후발업체인 현대나 LG에선 “어림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64메가D램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지금 시점을 놓치면 영영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삼성전관 오리온전기 LG전자 등 국내 3사가 전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운관도 공급 과잉의 우려가 높다. 업계에선 컬러TV와 컴퓨터용 모니터의 수요가 최근 주춤한 탓도 있지만 치열한 수출 경쟁이 주요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운관 가격은 전체적으로 올초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폭락한 상태.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저마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생산원가를 계속 낮추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버티고 있는 실정.
▼유화와 정유〓유화 중간재인 스티렌모노머(SM)의 경우 지난 1월 t당 4백40달러에서 최근 3백60달러로 가격이 곤두박질했다. 다른 중간재인 폴리프로필렌 PVC 등도 가격이 30% 이상 하락했다. 급기야 현대석유화학이 최근 준공한 2기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가동률을 20% 낮춘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아직도 감산발표 시기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최근 섬유원료인 파라자일렌(PX) 국제시장가격이 지난 1월에 비해 t당 30달러나 떨어지자 감산을 결정했다. 정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동률을 낮춘다고 발표하면 증시 등에 회사사정이 악화됐다는 악성루머가 돌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하지만 가동률을 낮출 경우 당장 현금흐름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박래정·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