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국제심포지엄 ‘동북아시아에서의 시장경제와 전통―새로운 세기를 향하여’.
29, 30일 서울 힐튼호텔.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동아일보 공동 주최.
▼세계 시장화와 동북아시아의 자립(사카모토 요시카즈·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국경을 넘어 밀려드는 자유 시장경제의 물결에 동북아시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국가 중심’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개별 국가의 이익에 집착하다 보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는 서로를 위해서라도 협력해야 한다. 이 외에는 묘안이 없다. 우선 △동북아 각국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간의 합리적 협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각국 정부는 비정부기구(NGO)와 같은 민간 조직과 협력하고 업무를 분담하며 △각국 민간 조직간에 초국가적 연대를 꾀해야 한다.
▼시장 경제와 일본의 전통(야마데 다모쓰·일본 가나자와시장)〓21세기는 도시의 시대다. 일본의 전후 50년, 도시 만들기는 너무나 획일적이고 대도시 중심이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가나자와시는 개발과 전통의 조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문화와 창조성 자립성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 작은 도시, 시민이 서로 연대하는 도시, 실생활을 중시하는 인간적인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시장 경제와 중국의 전통(딩수허·중국 사회과학원 교수)〓80년대 이래 중국 학계에서는 전통 문화 연구가 붐을 이루어왔다. 아시아의 경제 발전이 유교문화에서 그 힘을 얻고 있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중국의 전통적 정치문화는 군주 전제 아래에서 위계 질서를 보호했던 것에 불과하다. 엄격히 말하면 전통 속의 민본은 민주주의의 민본과는 다르다. 과거의 전통을 지나치게 선전하다 보면 우리의 진보는 타격받을 것이다.
▼시장 경제와 한국의 전통(김우택·한림대 교수)〓시장 경제는 개인의 자유와 합리주의 법치주의에 기초한 경제 체제라는 점에서 다분히 서구 문명적이다. 합리성보다 정(情)을 중시하는 아시아의 유교 문화권에서 시장 경제가 자리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인류 전체 사이에는 차이점뿐만 아니라 공통점도 분명 존재한다. 즉 시장경제의 원리는 한국에도 적용되는, 보편적 원리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한국인이다. 중요한 점은 시장 경제에 걸맞은 근대성을 시급히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