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 아쉬운 시대. 조금만 비겁하면 돈이 보인다.’
얼마전 IMF체제이후 처음 서울 친척집을 찾은 주부 김모씨(32·충북충주시). 이틀간 친지집에 머물며 여름용 선글라스를 사고 파마를 하고 친구들 만나는 데 지출한 총경비는 교통비를 포함해 7만원. 작년여름 15만원을 썼던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서울 나들이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다름 아닌 각종 할인 및 무료쿠폰 덕분. 평소 신문 잡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 보며 모은 쿠폰으로 파마와 선글라스는 반값에, 친구들과의 외식은 공짜로 즐겼다. 처음에 쿠폰을 제시할 때는 좀 구차하지 않을까 약간 주저했지만 각종 시설 무료이용에 손선풍기 등 선물까지 받고 보니 쿠폰이 ‘현금’이나 다름없었다. IMF이후 ‘현대판 보릿고개’에 접어들어 초절약심리가 확산되면서 각종 쿠폰이 ‘IMF식 신종화폐’로 떠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단골손님에게 보내는 우편광고물에서만 할인쿠폰을 제공했던 것이 고작. 사람들의 시선도 별로 끌지도 못했고 실제 사용자도 거의 없어 유명무실한 것으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임금삭감 정리해고 등으로 소득이 격감하면서 소비생활이 극도로 위축되자 각 상점에서는 앞다퉈 할인 및 무료쿠폰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찾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외출시에는 늘 쿠폰부터 챙기며 한달에 5만∼6만원을 절약한다는 주부 김경미씨(34·서울 관악구 봉천동) 얘기. “할인쿠폰을 사용하지 않는 상점은 이제 가기가 싫어요. 왠지 손해보는 느낌도 들고, 주인이 손님을 우습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쯤되자 아예 쿠폰만을 묶은 무료책자가 나오는가 하면 PC통신이나 인터넷에도 쿠폰코너가 따로 마련됐다.
전국적으로 매달 12만부가 발행되는 ‘쿠폰클럽’(02―511―9833)을 비롯, 쿠폰책자만 10여가지에 이르며 인터넷 쿠폰사이트도 세이브사의 쿠폰사이트(http://www.coupon.co.kr) 등 7,8개나 된다.
쿠폰클럽 황관중(黃寬重)차장은 “미국 등 잘사는 선진국에서 오래전 정착된 쿠폰문화가 우리나라에선 IMF상황을 맞아서야 시작된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체면치레보다는 알뜰소비문화가 시작된 것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도움주신 분: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수석연구원(경영전략실)한창수수석연구원(경영전략실)김휴종수석연구원(정책연구센터)엄선희연구원(경제동향실)이동훈연구언(대외협력센터)>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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