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거대재벌의 일부 계열사도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받아 대출회수 신규여신중단 등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대기업부실판정 간사은행인 상업은행으로부터 각 은행의 판정결과를 보고받고 “결과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불만족스럽다”며 내용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이위원장은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발표된 계획과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주채권은행들이 나서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위는 5대 그룹 계열사들도 정상기업 회생가능기업 회생불가능기업으로 분류해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진정리를 유도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여신회수 및 추가대출중단 등을 통해 강제퇴출시키라고 은행권에 지시했다.
금감위는 은행권의 협조융자를 받은 대기업들도 퇴출여부 판정의 대상으로 삼아 판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기아와 한보 등 이미 화의나 법정관리를 받은 기업은 주채권은행이 최단시일안에 처리지침을 마련토록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당초 8일로 예정한 부실기업 명단발표를 20일경으로 미루기로 하고 부실기업 판정기준을 강화해 판정결과의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은행권이 이날 금감위에 보고한 퇴출대상 부실기업에는 30대 그룹 계열사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대출규모가 50억원 이상인 20개 안팎의 중소 그룹 계열사만 들어있었다.
은행들은 거대재벌 계열사까지 정리시킬 경우 부실채권이 늘어나 은행 자체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더욱 하락할 것을 우려해 퇴출대상을 가능한 한 줄이려는 경향을 보였다.
은행들은 또 협조융자기업에 대해서도 은행간 이해가 엇갈려 부실판정을 유보, 결과적으로 퇴출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금감위측은 “일시적으로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더라도 자생력이 없는 대기업을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살아남을 만한 기업들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위는 또 “5대 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사업성이나 자구 전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힘을 빌려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위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6월말까지 부실여부를 판정하겠지만 당분간 여신을 100% 연장할 것”이라며 “다만 전체 여신이 2천5백억원 이상인 64개 계열 소속의 기업은 무조건 중소기업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