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정치학)고려대 교수
석종현(단국대·법학)여의도연구소장
△김호진교수〓총론면에서 새 정부의 정책적 성과는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김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환란극복을 위해 총력전을 펴 위기를 조기 수습해 냈습니다. 환율도 지난 연말 달러당 2천원선에서 1천4백원선을 유지하고 있고 노사정위원회도 발족돼 노사문제에 신속히 대처했습니다.
△석종현〓제 생각은 다릅니다. 김대통령이 외환위기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때가 당선 직후부터니까 그때부터 따지면 거의 6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는 총체적 위기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현 정부 출범 때 국가 위험지표는 1백50선으로 매우 높았는데 2개월여만에 상당한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정부가 위기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했다는 증거지요. 불과 3∼4개월만에 피부에 와닿는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국가부도사태가 너무 심각합니다.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석〓오늘의 경제위기는 96년 말 노동법개정 과정에서 당시 야당(현 여당)이 구조조정을 하려는 여당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흔히 한나라당이 경제를 망쳤다고 하지만 노동법파동때 정부 여당의 구조조정 노력을 방해한 것이 현 대통령이 총재로 있었던 당시 야당입니다.
△김〓그런 주장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김영삼(金泳三)정권은 국정주도권을 쥔 거대여당이었습니다. 통치철학과 추진력의 결여, 정책적 판단의 빈곤에서 위기가 온 것입니다. 제 생각은 현 정부의 책임 운운하기 전에 우리도 외국처럼 새 정부에 6개월 정도는 이른바 밀월기간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석〓우리가 만일 안정된 국가라면 6개월쯤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위기상황입니다. 여도 야도 공동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김〓그래서 정계개편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개편은 특정 정파의 정략적 이익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난극복과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이뤄져야 합니다.
△석〓정계개편이 ‘의원빼가기’는 아닙니다. 또 정계개편이 꼭 돼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난 극복을 위해 기존질서를 존중하고 서로 협력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김〓이념이나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새 정당을 결성하거나 개별 정치인이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민주적인 것입니다.
△석〓총선이나 국민투표로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50년간 계파 보스정치를 해 온 김대통령이 이제 와서 이념정치를 한다며 의원들 보고 모이라고 한다면 말이 안됩니다.공동정권만 하더라도 지역주의의 발호와 정착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김〓지금까지 공동정권의 정책조율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공동정권의 장점은 근대화세력의 정책적 경험과 민주화세력의 추진력과 정통성이 결합함으로써 정책의 합리성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석〓공동정권의 가장 큰 폐해는 종래의 영호남 지역갈등에 이제는 충청도까지 가세해 전국이 3권역으로 나눠짐으로써 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김〓공동정권이 지역통합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공동정권의 성패 즉, 정부의 정책적인 성패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지는 연대의식이 중요합니다. 정략적 연대를 해서는 안됩니다.
△석〓지금의 공동정권 담당자들은 권력이라는 빵을 나눠먹고 있는 것 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남편중인사도 너무 심합니다. 인사에 있어서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인사편중이 현 정부 들어서 문제가 됐다면 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 정부의 인사편중은 과거 역대 정부의 편중인사에 대한 하나의 역작용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개혁정책과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천해 줄 실무진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특정 인사들을 선택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석〓국가조직을 하나의 차에 비유해봅시다. 운전사를 바꿨다고 해서 부품까지 다 바꿔야 합니까. 그러려면 1∼2년은 걸릴 것입니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만사 제쳐두고 국난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과 여야 구별 없이 능력있는 사람들을 모아 써야 합니다.
△김〓역점을 둬야할 정책은 역시 경제회생입니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1년 반만에 IMF를 극복하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윤영찬기자〉yy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