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계열사도 퇴출 대상…명단공개 20일께로 미뤄

  • 입력 1998년 6월 4일 08시 57분


금융감독위원회는 3일 퇴출대상 부실 대기업의 범위를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 계열사로까지 확대하라고 은행권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5대그룹 계열사중에서 일부 사업성이 낮은 기업들이 주채권은행의 대출회수 신규여신 중단 등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대기업부실판정 간사은행인 상업은행으로부터 은행별 판정결과를 보고받고 “결과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불만족스럽다”며 내용 보완을 요구했다.

이위원장은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당초 발표와 달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주채권은행들이 나서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위는 5대 그룹 계열사들도 정상기업 회생가능기업 회생불가능기업으로 분류해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진정리를 유도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여신회수 및 추가대출중단 등을 통해 강제퇴출시키도록 했다.

금감위는 협조융자를 받은 대기업들도 퇴출여부 판정의 대상으로 삼는 등 부실기업 선정작업을 전면 보완하라고 은행권에 요구했다.

금감위는 여신 2천5백억원 이상인 64대 계열기업에 대해 1차 기업부실판정결과를 재검토, 퇴출 기업을 정리하도록 했다.

금감위는 기아와 한보 등 이미 화의나 법정관리를 받은 기업은 주채권은행이 최단시일안에 처리지침을 마련토록 했다.

▼ 정리기업 확대배경

은행권은 당초 8일로 예정한 부실기업 명단 발표를 20일경으로 미루기로 하고 부실기업 판정기준을 강화해 판정결과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은행권은 당초 퇴출대상 기업으로 5대그룹 계열사 5개를 포함해 모두 1백9개를 선정했으나 금감위에 통보하기 직전 그룹들의 로비에 밀려 20여개로 대폭 축소하고 5대그룹 계열사들을 아예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출대상에 포함됐던 5대그룹 소속 기업은 현대 3개, LG와 대우 각 1개로 부실정도가 심각한 계열사다.

은행들은 협조융자 기업에 대해서도 은행간 이해가 엇갈려 부실판정을 유보, 결과적으로 퇴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감위는 “일시적으로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더라도 자생력이 없는 대기업을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살아남을 만한 기업들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5대 그룹의 일부 계열사가 사업성이나 자구 전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힘을 빌려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는 기업구조조정의 본격시행으로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64대 계열기업을 제외한 중견 중소기업 기존여신의 만기를 100% 연장하도록 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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