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대기업주도 대형 선도銀 설립 추진』

  • 입력 1998년 6월 9일 20시 28분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9일 현재의 경제위기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외국 선진은행을 끌어들여 대형 리딩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이날 군산 자동차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외신뢰도가 추락한 만큼 이제는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대형 리딩뱅크의 설립이 시급하다”며 “일단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이 은행설립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대우 단독으로라도 외국은행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이와 관련, “삼성과 현대를 포함한 대기업이 20억달러를 출자하고 시티뱅크 체이스맨해튼은행과 같은 미국계은행이 20억달러를 출자하는 자본금 4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은행이 3개 정도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여권(與圈)이 국내기업 역차별 해소차원에서 추진할 것을 검토하는 ‘대기업 은행소유’허용방침과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김회장 주요 발언내용.

▼은행설립〓금융산업의 취약성이 한국 경제의 위기탈출에 걸림돌이다. 은행들의 대형화, 은행업무의 복합화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리딩뱅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은행의 신용이나 자본력을 감안할 때 미국 유럽, 일본은행을 끌어들여 선진기법을 전수받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정부의 대기업 은행소유 제한속에서도 83년 대우와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끌어들여 한미은행을 설립한 것이 좋은 본보기다.

▼경제 구조조정〓정부와 약속한 재벌개혁 5개항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가시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현재 최소 2백건 이상의 외자유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부실기업 판정은 정부가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다만 회생 가능한 기업은 부채상환 기일을 늦춰주거나 부채를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도와주길 기대한다.

대기업들의 과다한 외부차입과 높은 부채비율을 매도하지만 그동안의 차입금은 대부분 국내 자본재 부문에 투자됐고 부채비율도 과다한 금융비용 때문에 악화된 면이 크다. 문제의 초점은 오히려 일시적인 외환위기로 자본재를 풀가동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재계의 외자 유치노력도 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우 구조조정〓GM의 자본유치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이다. 독일 지멘스와 인천에 수억달러 규모의 자동차분사장치 합작공장(대우지분 50%)을 짓고 있다.

한화에너지 정유부문 인수는 이란국영석유회사(NIOC)가 ‘노조문제 때문에 자신이 없으니 대우와 공동 인수하는 방안이면 추진하겠다’고 한화에 요청해 개입하게 됐다. 이란측에 선박건조대금을 받을 것도 있어 자연스럽게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으나 최근 ‘한화에너지 주가시세보다 매각대금이 5,6배 이상 비싸다’고 이란측이 항의, 계약체결이 보류됐다.

대우는 다른 그룹처럼 움츠러들지 않았을 뿐 공세적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의 방북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우가 추가로 대북(對北)투자하는 일은 당분간 없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자동차의 정리계획안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다음 구체적으로 ‘기아해법’을 고려하겠다. 그러나 국내 설비가 과잉상태인 만큼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우와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공동 인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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