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고비 함께넘자④]재취업훈련 「기업주도」바람직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한번 IBM에 입사하면 영원히 IBM에 남는다(Once IBM, Forever IBM).’

IBM의 이같은 평생고용 전통은 93∼94년 전체 직원 40만명 가운데 20% 이상인 8만5천명이 정리해고돼 회사를 떠나면서 무너졌다. 그러나 IBM측은 정리해고 전 6개월간 이들에 대해 전직(轉職·Out Placement)교육을 실시했다. 실직자들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다른 일자리를 구했다.

미국에서는 약21단계에 이르는 정교한 전직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가 많다. 미국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할 때 전직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비율은 91년 50%에서 94년 80%로 높아졌다. 수혜대상은 1백40만명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부러워하는 미국의 유연한 노동시장은 자유로운 정리해고와 함께 기업측의 이같은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인력수요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정부가 실시하는 직업훈련은 재원만 낭비하고 실업자의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기업이 직접 재취업을 돕고 정부가 일부 재원을 보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

미국 휼렛패커드(HP)사의 루 플랫회장이 3월 한국현지법인에 “직원을 감원하지 말라”며 고용안정자금 1억달러를 내놓았다. 인력 감축이 구조조정의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을 잘 보여준다.

미국 딜로이트 회계법인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다운사이징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인원을 줄이지 않고도 업무의 분산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잘라내는데 급급한 축소지향적 인사관리가 유행이다. 그러나 다시 고급숙련인력이 더 필요해질 때는 지금 재교육에 들어가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다.”(노동부의 한 사무관)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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