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빅딜]현대·LG-삼성 「빅딜案」 신경전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49분


정부 및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중인 현대 삼성 LG그룹의 3각 빅딜방안을 놓고 세 그룹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면서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와 LG그룹은 이번 빅딜이 삼성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삼성을 잔뜩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우리도 피해자며 터무니 없는 음해”라며 펄쩍 뛴다. 그러면서도 ‘삼성 시나리오’설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삼성은 12일 오전 7시 사내특별방송을 통해 “빅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자동차 및 화학사업을 다른 그룹의 사업과 교환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근거 없는 소문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대와 LG가 삼성을 의심하는 것은 3각 빅딜설이 실현될 경우 삼성이 가장 이득을 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두그룹은 “삼성이 누적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사업에서 발을 빼기 위해 삼성자동차 현대석유화학 LG반도체를 교환하는 빅딜방안을 정치권에 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측은 “현대석유화학의 경우 이미 1백만t 설비증설을 완료해 투자회수기에 접어든 만큼 삼성자동차와 교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LG도 “범용제품 위주인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해봤자 아무런 통합효과가 없고 오히려 경영난만 초래할 것”이라며 펄쩍 뛴다.

그런가하면 삼성은 “반도체가격이 폭락한 마당에 설계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LG반도체를 인수하는 것은 아무 실익이 없다”며 “어렵사리 진출한 자동차사업에서 퇴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빅딜의 실현 가능성을 일축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반응일뿐 내막적으론 좀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세그룹 공히 이들 세업종의 계열사가 그룹 경영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은 세 그룹들이 골치덩어리 계열사를 다른 그룹에 떠넘기는데 대해서는 내심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며 “나중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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