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두뇌 U턴, 다시 해외로…몸값비싸 기업서 외면

  • 입력 1998년 6월 13일 19시 40분


경제난과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기업체 부설 연구소 연구원이나 반도체 기술자 등 국내 ‘고급 두뇌’들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게다가 해외 이공계열 대학에서 유학중인 대부분의 예비 기술연구원들이 현지취업을 모색하고 있어 ‘고급인력 진공 현상’이 초래된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사에서 기술담당이사로 근무하다 쌍용자동차 기술고문으로 온 J씨(52)는 최근 미국 GM사로 돌아갔다. J씨는 자동차기술에 관한 한 최고수준의 ‘두뇌’였지만 회사가 팔리는 바람에 비싼 몸값을 이유로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LG 아남 등에서 설계 연구를 담당하는 고급인력들도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나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체나 대학에 연구인력 수요가 급격히 줄자 해외에서 유학중이거나 연수중인 학생들이 현지에서 취업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지난해 S연구소에 입사, 현재 미국에서 연수중인 L씨(35)는 최근 연구소로부터 지원받은 연수비를 모두 반납하고 현지취업을 준비중이다.

국내 기업과 대학들이 경제난의 여파로 연구개발비를 대폭 줄여 연구여건이 열악해진데다 환율인상으로 현지에서 취업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설 고급인력정보센터 신경하과장은 “선진 외국기업들이 인력감축에 따른 지식자산의 유출을 막기 위해 별도의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정부차원의 고급인력 고용창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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