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수는 이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재정경제부 사무관급 이상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경부 연찬회에서 ‘한국경제의 진로와 과제’라는 특강을 통해 “현재와 같은 위기시에는 정부가 적극 나서 엄격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경제위기는 재벌의 입김이 정부보다 강했고 (정부가) 금융기관 감독을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자동차진출 허용도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부른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
정교수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공무원들이 경제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통계자료를 숨기는 등 사실을 있는 그대로 외부에 알리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잊지 않았다.
그는 I
MF의 고금리정책은 잘못된 것이며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늘려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연찬회는 환란(換亂)의 주범으로 인식돼온 재경부 공무원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서 경제개혁을 적극 추진할 의지를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것. 재경부 고위간부와 직원들의 ‘고백성사’와 새로운 다짐이 이어졌다.
“현재 어려움을 겪으면서 과거에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반성을 해야 한다. 대전환기를 맞아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 과거의 실수와 잘못을 만회해야한다.”(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않고 경제정책을 짜 온 것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우리는) 한달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정책구상을 해왔다.”(금융정책과의 한 사무관)
또 다른 사무관은 “재경부 관료중 누가 자녀에게 재경부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그러나 지나친 ‘환란콤플렉스’는 정말 중요한 시기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관료문화로 인해 실종된 토론문화와 경직된 업무흐름을 아쉬워하면서 지나친 격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만이 우리가 곱지않은 시선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장관은 “환란 책임의 영향으로 자신감이 결여되어있고 현실인식이 철저하지 못한 것이 현 재경부 관료들의 문제점”이라며 “정보공유와 효율적인 정책시스템의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장관은 또 “금융감독위원회와 기획예산위원회가 있지만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재경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는 과거처럼 모든 권한을 다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기관 협의와 경제장관회의 및 경제대책조정회의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