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대기업 빅딜]이재우/정부가 떠미는 방식은 곤란

  • 입력 1998년 6월 15일 07시 09분


빅딜, 즉 대형사업교환은 구조조정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빅딜이 기업간에 교환의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고 정부가 떠미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 정부가 주도하는 빅딜은 과거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69∼71년 기업합리화 조치, 72년 8·3조치와 산업합리화 조치, 80년대의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정책에서 보듯이 정부가 개입한 빅딜은 항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보다 특혜시비와 자원배분의 왜곡만 심화시켰다. 둘째 정부주도의 빅딜은 산업의 진입 장벽으로 발전하게 된다. 앞으로 정부의 언질이나 인허가 없이는 사실상 시장에 신규로 진출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셋째 빅딜과 같은 인위적인 전문화는 가격인상 생산조절 등 독과점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기업간의 과도한 경쟁은 과잉투자를 유발하는 측면도 있으나 혁신과 체질강화를 유도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 빅딜이 추구하는 ‘규모의 경제’는 비용 절감을 위한 한가지 수단에 불과하다. 경쟁은 기업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빅딜은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알짜배기 사업을 매각하고 보니 ‘세금빼고 남는 것이 없더라’는 기업현장의 목소리도 주목해야 한다. 인수합병 분할 매각 등에 부과되는 과중한 세부담을 낮추고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규제와 절차를 개혁하는 일이 진정한 ‘정부의 할 일’이 아니겠는가.

이재우<한국경제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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