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대화 요지.
▼김대통령〓대통령으로서도 제일 힘든 게 은행이다. 아무리 말해도 안된다. 과거에는 정부가 이것저것 간섭해 말을 잘 들었다고 하는데 자율을 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
▼김우중회장〓연불수출의 경우 일본은 3백60일까지 인정해주는데 우리는 90일도 인정해주지 않아 애로가 많다.
▼박상희회장〓대기업은 빨리 전문화시켜야 하고 능력 없는 중소기업도 퇴출시켜야 한다.
▼김우중회장〓우리나라는 소득 7천달러 시대의 기업들인데 선진국 기준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봐서는 안된다.(박회장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무슨 갈등이 있느냐.
▼박회장〓갈등은 없다. 앞으로 기업평가 때 기술력을 평가해줘야 한다.
▼김우중회장〓현재 2교대 작업시스템을 3교대로 바꾸면 시설투자 없이 실업자문제가 해결되고 수출도 늘릴 수 있다. 토 일요일도 일을 시키면 4교대 5교대도 가능하다. 수출만 늘리면 무역흑자가 나서 외채를 갚아나갈 수 있다. 열심히 하면 경쟁력이 있으므로 사양사업이란 있을 수 없다. 섬유산업도 1백억달러 이상 수출하고 있다.
▼김대통령〓우리 경제를 세계에서 11번째로 이끈 것도 대기업의 공로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불러온 것도 대기업이다. 일부 국민이나 노동자는 재벌해체, 심지어 처벌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5대 기업이 경제를 살리는데 눈에 띄게 앞장서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빅딜문제만 하더라도 나는 대기업도 개혁에 앞장선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몇분이 얘기를 다하고 도장을 찍으려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다합의하고도장찍으러나오지않았다고하더라.
▼김우중회장〓대기업들이 복잡해 개혁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고생하시니 우리도 돕자고 하고 있다.
▼김대통령〓IMF 체제가 된지 벌써 반년이 됐다. 전경련이 결의를 표시해야 한다. 과거 독재정권 때는 무슨 말만 하면 지지를 많이 표시했지 않느냐.
▼김우중회장〓조금만 기다려달라. 가시화된다. 저희만 해도 3월까지 합작관계를 매듭지으려다 늦어지고 있다.
▼김대통령〓(박회장에게) 중소기업을 위해 은행과 정부와 싸우라. 정부가 밀어주는데 왜 못싸우느냐. 보고를 들으니 모은행이 실적을 위해 중소기업에 대출한 뒤 3일만에 회수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김창성회장에게) 김회장은 후덕한 분이니 노동자와 동지적 애국심을 가지고 노력해 달라.
▼김창성회장〓외국자본을 들여오고 기업퇴출도 해야겠지만 고용조정도 피할 수 없다. 외국기업인을 만났더니 노사협의 때 왜 빨간띠를 두르고 나오느냐며 몸서리친다고 했다.
▼김대통령〓나도 왜 빨간띠를 두르고 나오는지 섬뜩할 때가 있다.
▼김창성회장〓불법 해외노동자들이 벌금 3백만원을 납부하지 못해 공항에서 노숙하고 있는데 이것도 우리 기업의 책임이다.
▼김대통령〓(김중권비서실장에게) 즉시 법무장관에게 알아보고 법개정이 필요하면 개정해서라도 출국시켜라.
▼박회장〓고금리부담으로 어려움이 많다. 부동산담보는 은행에서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하니 신용보증기금 5천억원을 중소기업에 더 배정해 달라.
▼김대통령〓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이 그랬다고 말하고 직접 찾아가서 해결하라.
▼김우중회장〓대기업 대표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기도 진작시켜 달라.
▼김대통령〓전경련 분들을 만나겠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