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과 배찬병(裴贊柄)상업은행장은 18일 시중은행들의 판정결과를 종합, 5대 그룹 계열사 20개를 포함해 55개의 퇴출대상 대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거래은행들과 협의해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3만여명에 이르는 이들 기업 종업원 가운데 상당수의 실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위원장은 “국가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자동차업종 등에서 5대 그룹이 빅딜 등으로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여신을 제공하지 않는 방향으로 금융기관을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위원장은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외부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금감위가 빅딜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 삼성 LG그룹의 삼각 빅딜을 비롯해 대우 SK그룹을 포함한 5대 그룹간의 사업교환방안이 곧 가시화, 재계의 대대적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위원장은 또 “사실상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한 한계기업 가운데 부당 내부자금거래를 통해 대출원리금을 상환, 부실판정에서 빠진 대그룹 계열사들도 계속 퇴출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퇴출대상 부실기업에는 현대 삼성 LG 각 4개, 대우 5개, SK 3개 등 5대 그룹 계열사 20개와 64대 계열기업군 32개, 단일기업 3개 등이 포함됐다.
부실기업 중에는 상장사 10개와 협조융자를 받은 11개 계열기업군 가운데 8개 계열기업군의 회사가 들어 있다.
은행들은 기아 한보그룹의 계열사와 이번에 부실판정 계열사가 없는 진도 신원 화성산업 등 3개 협조융자 기업군에 대해서는 법적절차를 조기에 종결하거나 제삼자 인수 등의 처리방침을 7월말까지 마련, 정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협조융자를 받은 11개 계열기업군 가운데 한화 동아건설 고합 해태 신호 뉴코아 한일 우방 등 8개 계열은 그룹 전체의 재편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주력기업인 한일합섬 등 4개 계열사가 부실판정을 받은 한일그룹과 동아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처분계획을 내놓은 동아건설그룹은 사실상 해체된다.
판정 결과와 관련, 이위원장은 “5대 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의한 계열사간 상호자금지원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자금편중 현상도 시정하겠다”며 앞으로도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연명해온 부실계열사를 계속 퇴출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의 판정대상 3백13개 기업 가운데 ‘회생가능’으로 분류된 2백58개 기업은 은행과 기업간 협상을 통해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