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손을 댄 사업마다 실패한 사람에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 ‘남은 게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실패의 경험’을 아홉번이나 체득했기 때문.
창업 컨설팅 회사인 ‘21세기 대동여지도’(02―322―5338)의 손지수(孫志壽·36)사장. 그는 열번째 창업을 뒤로 미루고 ‘실패예방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역설적인 방법으로 창업에 조언을 하겠다는 것.
27일부터 6주간 매주 토요일 한겨레문화센터(접수문의 02―3272―7575)에서 열리는 ‘실패 마케팅 클리닉’은 손사장의 첫번째 강의. 어떤 업종을 선택했다가 무슨 이유로 아홉번씩이나 실패했는지 그의 실패담을 소개한다.
▼ 첫번째 실패 ▼
91년 문을 연 ‘혼수전문점’. ‘원스톱 혼수장만’을 가능케하자는 취지로 각종 혼수제품을 한 곳에 모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같은 판매방식을 외면, 결국 1년만에 문을 닫았다.
▼ 두번째 ▼
수집상들이 수집해온 고철을 고물상에 넘기는 ‘고철 수집, 판매업’을 93년에 시작. 지속적인 거래선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 아무리 사소한 업종이라도 유통망이 견실한지를 살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 세번째, 네번째 ▼
93, 94년의 ‘지방특산물 판매대행업’. 당시 일고 있던 무공해 건강식품 붐에 편승, 93년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고추, 마늘’을 서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야생 녹차’로 바꿨지만 두 품목 모두 운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중도하차.
▼ 다섯번째 ▼
94년 모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모종의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단체 회원들의 사업 마인드가 부족, 혼자 애써보다 곧 그만뒀다.
▼ 여섯번째 ▼
펜티엄급 컴퓨터 보급붐을 타고 95년 컴퓨터 대리점을 열었다. 그러나 본사의 부도로 ‘공망(共亡)’. 손사장은 “대리점을 할 때는 본사의 내실성을 잘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마디.
▼ 일곱번째 ▼
96년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제조판매업.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여론은 거셌지만 각 가정의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게 패인. 그러나 3개월만에 사업을 정리하면서 ‘안될성 싶으면 빨리 손을 털어야 한다’는 진리를 체득했다.
▼ 여덟번째 ▼
같은해 시작한 ‘결혼대행 서비스업’. 비슷한 업종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원가’도 뽑기 어렵게 되어 아예 포기했다.
▼ 아홉번째 ▼
97년 착수한 ‘판촉물 제조 납품업’. 모 대기업에 납품이 임박했으나 중간에 끼어든 경쟁사가 ‘인맥’을 동원, 납품권을 따내는 바람에 물거품. 우리 사회의 풍토상 ‘인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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