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관련 업종은 유한킴벌리사와 한국 P&G사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작년말 P&G가 쌍용제지를 인수하면서 화장지 생리대 기저귀 시장에서 양사의 1, 2위 싸움은 더욱 볼만해졌다.
아기기저귀의 경우 2위이던 쌍용(큐티)과 3위 P&G(팸퍼스)의 합병으로 1위를 달리는 유한킴벌리(하기스)를 맹추격중이다. P&G는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도 한국에서만은 유독 힘을 못쓰고 있는 팸퍼스의 자존심을 이번 기회에 회복하겠다는 기세다.
생리대는 사정이 정반대다. 1위인 P&G(위스퍼)가 쌍용(화인)을 흡수, 2등인 유한킴벌리(화이트)를 더 멀찌감치 떨어뜨리려는 입장. 그러나 킴벌리도 “화이트가 급상승중”이라며 호락호락하지 않다.
화장지는 유한 클리넥스가 줄곧 선두를 지켜왔으나 P&G의 쌍용제지 인수로 바짝 긴장하는 눈치.
식량산업의 기초인 종자시장도 거의 외국업체에 넘어가버린 상태. 국내 최대 종묘회사인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최근 각각 1억달러와 1천8백만달러를 받고 지분의 70% 및 100%를 멕시코 ELM 그룹의 미국 현지계열사인 세미니스사에 넘겼다.
흥농종묘는 국내 종묘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랭킹1위 업체.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3위권인 서울종묘도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3천2백만달러에 매각됐다.
살충제시장도 5위에 처져 있던 다국적 제약업체 한국존슨이 최근 부도난 삼성제약을 인수하면서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존슨은 에프킬러 브랜드로 선두를 달리던 삼성제약의 인지도를 활용, 국내 살충제 시장을 장악할 태세.
홈매트를 만드는 동화약품이 2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존슨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바이엘이 한국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수성이 더욱 어렵게 됐다.
자동차 핸들 냉장고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도 독일 바스프가 한화 바스프를 인수하면서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바스프의 카운터파트너도 일본 마쓰이와 금호그룹간 합작사인 금호미쓰이화학, 미국 다우케미컬 등 외국계 업체들.
이같은 외국계업체들의 시장 장악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P&G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세계적으로 품질이 입증된 제품을 쓸 수 있고 선진기술 습득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내 시장이 외국업체에 의해 좌지우지될 우려가 높고 이에 따른 위험과 부작용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