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면담은 루빈 장관이 묻고 김우중(金宇中)전경련 회장대행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이날 미국의 스티븐 솔라즈 전의원과의 선약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음은 회담 직후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이 전한 대화내용.
―(루빈 장관)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김회장)전반적인 불황으로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5백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을 강화해 빚을 갚는 게 급선무다. 다만 수출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하는 것이 문제다.”
―대기업과 은행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은….
“우리는 이미 구조조정을 성실히 추진하고 있다. 2백여건의 외자도입 협상이 진행중이며 하반기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금융권은 워낙 낙후해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를 위해 한국기업과 외국은행이 합작하는 선도은행의 설립이 바람직하다. 적극 지원해달라.”
―대기업들의 부채비율 감소가 가능한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전에 대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20%였으나 환율 인상으로 500%로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규모와 발전단계로 봐 이 정도의 부채비율은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라고 본다. 독일 일본도 1만달러 소득시대의 부채비율은 400%였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금융시스템 선진화가 우선돼야 한다.”
―‘비즈니스 스와프(사업 교환)’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들었다. 대기업의 입장을 말해달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산평가 등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금동근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