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상호/신용카드 회사의 협박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8분


“빚진 죄인이라지만 카드사의 전화협박과 횡포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정모씨(33·대구 지저동)는 1백여만원의 연체대금 때문에 5월에 한 카드사로부터 당한 갖은 협박과 수모에 치를 떨었다.

한 중소기업의 영업부에 근무하던 정씨가 S카드사와 ‘악연’을 맺은 것은 5년전. 회사로 찾아온 동료직원의 처남이라는 S카드사 직원의 권유로 이미 3개의 카드가 있었지만 선뜻 가입서류를 작성했다.

그 뒤 정씨는 연체 한번 없이 월 1백만원 이상의 사용실적으로 골드카드를 발급받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말 ‘IMF쇼크’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정씨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다른 카드사는 연체가 길어지면 신용에 문제가 생기니 가능한 한 빨리 대금을 갚아달라고 당부했지만 S카드사는 처음부터 죄인취급을 하더군요.”

정씨 가족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S카드사로부터 “남의 돈 잘써놓고 배짱부리는 거냐” “당신같은 악성연체자는 콩밥을 먹어봐야 된다”는 등 ‘전화폭력’에 시달렸다.

S카드사 직원들은 돌아가며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대금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키우려고 자식들을 낳았느냐. 당신은 아빠소리 들을 자격도 없고 가족도 고생을 해봐야 한다”는 등의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참다 못한 정씨는 지난달 PC통신에 S카드사의 횡포에 대한 글을 올렸고 연체대금을 갚은 뒤에야 S카드사의 한 과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다.

“불경기라고 해서 하루 아침에 우량고객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회사와 어떻게 신용거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고객의 신용 못지않게 회사의 신용도 중요한 것 아닐까요. 앞으로 다시는 S카드사와는 거래를 하지 않을 겁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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