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그동안 장회장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관리해온 정치인들의 이름을 쉽게 밝히지 않고 있고 계좌추적도 쉽지 않아 수사가 답보상태라고 주장해왔다.
동아일보는 10일 “장회장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측과 김윤환(金潤煥)부총재측,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전부총재측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준 정치인의 이름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줌으로써 이들 정치인들이 작년까지 장회장에게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김총장은 이날 “동아일보가 보도한 정치인중에는 장회장이 진술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말도 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같은 김총장의 발언과 검찰안팎의 분위기가 전해지자 청구그룹과 지역연고가 없는 야당출신인데다 특히 지난해 한보사건으로 외부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국민회의 권전부총재측은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김총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장회장의 진술을 공식화한 것은 유력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수사를 부인했다가 나중에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이 입을 타격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 수사에서 ‘물증을 찾은 뒤에 소환하겠다’는 것은 물증이 없어 사법처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과 수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장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중임을 분명히 한 것은 사법처리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