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빚삭감」요구 잇따라…「한라펄프」사례이후

  • 입력 1998년 7월 16일 20시 40분


한라펄프제지가 부채 일부를 탕감받고 미국 보워터사에 순조롭게 매각되자 한라그룹의 나머지 계열사와 해태그룹 진로쿠어스 등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부실기업들의 부채탕감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 추진중인 워크아웃(기업가치회생작업)과정에서도 대상기업에 대한 부채탕감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라그룹에 따르면 한라 계열사 매각 및 외자유치를 전제로 10억달러의 브리지론을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로스차일드사는 한라 채권단에 대해 부채를 대폭 탕감해줄 것을 요청했다.

로스차일드는 우선 만도기계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등 4개 계열사에 대한 실사를 끝내고 총 부채 6조3천5백43억원중 30∼55%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했다.

로스차일드는 이같은 조건이 수용되면 브리지론 1조5천8백59억원과 한라의 비업무용자산 매각대금 6천2백48억원 등 2조2천1백7억원으로 우선 빚을 갚겠다고 통보했다.

로스차일드측은 채권단이 이같은 조건을 수용해야 외국투자자를 유치하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 한라를 조기에 정상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쿠어스 인수를 추진중인 미국 쿠어스사도 이 회사의 부채 6천5백억원 가운데 3천5백억원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1억달러 투자 의사를 제시해놓은 상태.

이밖에도 퇴출대상으로 지정된 해태그룹이 부채중 일부탕감 및 일부출자전환을 요구해 은행권과 종금사가 협의중이며 국제입찰에 부쳐진 기아자동차에 대해서도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부채탕감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어 대규모 탕감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부채탕감 방식은 채권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부채를 한푼도 못받고 5∼10년이상 상환유예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 앞으로 부실기업매각에 유용한 방식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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