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존슨이 이만한 돈을 지불한 것은 50년대부터 모기 살충제의 원조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에프킬러의 이름값을 계속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존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이드’라는 살충제를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시장에서만은 에프킬러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제약 주주들은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측이 급하게 매각을 서두르는 바람에 에프킬러 브랜드를 헐값에 팔아넘겼다”며 경영진에게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에프킬러의 예처럼 브랜드가 최고의 기업 자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두꺼비(진로) 부라보콘(해태) 등 기업의 대표적 브랜드의 가치는 공장 몇개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요즘엔 내놔봐야 팔리지 않는 부동산 대신에 브랜드가 강력한 채권 확보수단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브랜드와 관련된 산업재산권에 대한 압류 및 질권신청 건수는 올 상반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중 상표 의장권에 대한 채권등록 건수는 1만1천9백23건. 96년 같은 기간의 8백46건과 97년 8백23건에 비해 14배가 넘는 수치다.
올들어 부도기업이 늘면서 특허청은 상표에 대한 채권등록을 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정도다. 채권자들에 의해 압류된 브랜드에는 진로의 두꺼비,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뉴코아백화점의 킴스클럽 등 알만한 브랜드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 브랜드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매각이 가능하다.
진로소주의 트레이드 마크인 두꺼비의 경우 진로가 자체적으로 추산하는 가치는 최소한 1조원 이상. 진로측은 “70여년 이상 공들여 키워온 브랜드인데 이 정도 값어치는 한다”고 주장한다. 국세청도 진로의 수천억원대 세금에 대한 담보물로 두꺼비를 설정해 둔 상태.
해외 매각설이 나도는 해태제과도 영업권을 포함한 ‘해태’브랜드의 가치를 1조원 정도로 주장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갈수록 가치를 잃어가는 부동산 대신 브랜드가 기업 자산으로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