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않는 「재벌총수 舌禍」 소신인가? 자만심인가?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47분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의 ‘정리해고 연기’ 발언은 한동안 잠잠했던 ‘재벌총수의 설화(舌禍)’ 파문을 재연했다.

김회장 이전에도 총수들은 심심찮게 ‘파격적이고 소신있는’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차이점이 있다면 김회장의 경우는 재계 내부를 들쑤셔놓은 반면 과거 발언들은 정부와 긴장관계가 빚어졌다는 점.

‘말 한마디’로 가장 큰 곤욕을 치른 사람은 최종현(崔鍾賢)선경회장. 최회장은 95년 전경련회장 연임 기자회견에서 문민정부의 재벌개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재벌이 문어발을 하든 소유 집중을 하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소유나 업종을 규제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지금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전문화를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최회장은 단단히 작정한 듯 정부를 향해 가시돋친 말을 쏟아냈다.

이 발언으로 파문이 의외로 커지자 최회장은 이틀만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당시 홍재형(洪在馨)경제부총리를 과천에까지 찾아가 “절대 정부에 맞서려고 한 게 아니었으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선경은 총수의 발언이 빌미가 돼 공정위의 내부거래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의 “정치는 3류, 행정은 4류” 발언도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95년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한국특파원들을 만난 이회장은 “우리 기업은 2류인데, 정치는 3류, 행정은 4류”라고 정부와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당시 이회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금마가(‘그 놈이’의 경상도 사투리)…”라며 몹시 불쾌해 했다고 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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