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을 주도한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는 늦어도 8월중 삼성전자 이건희(李健熙)회장과 SK텔레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5개 퇴출은행 소액주주와 부실대기업 주주들의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전효숙·全孝淑부장판사)는 24일 김선화씨 등 제일은행 소액주주 61명이 “한보철강에 거액의 부실대출을 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이철수(李喆洙)전행장 등 제일은행 전직 이사 4명을 상대로 97년6월에 낸 4백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제일은행에 4백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전행장 등 당시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한보철강의 재무구조와 채권 회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출해 은행과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한보철강에 대한 일부 채권을 매각하면서 25%를 감액해 최소한 2천7백억원의 손해를 입힌 만큼 김씨 등 소액주주들이 청구한 4백억원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전행장 등은 예금 부동산 등 개인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제일은행측에 4백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전행장 등이 배상하지 않을 경우 소액주주들은 이들의 재산을 가압류해 경매처분할 수 있다.
또 법원 판결의 유효기간인 10년 동안은 이들에게 추가로 생기는 재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이 가능하며 그 이후 똑같은 소송을 다시 제기해 손해배상 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상법 403조에 규정된 소액주주권중 하나인 주주대표소송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소송을 대리한 김석연(金石淵)변호사는 “주주대표소송을 내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주식을 팔 수 없고 주주들에게 실익이 없어 그동안 한번도 제기된 적이 없다”며 “이번 소송으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해온 기업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제일은행 주식의 0.5%인 82만주의 주주들을 모은 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위원장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를 통해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수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4백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편 참여연대측은 5대 그룹 등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향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금까지 총 7천4백여억원에 달하는 재산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5개 퇴출은행의 소액주주 82만명의 소송도 잇따를 전망. 특히 동화은행 주주들의 대표소송이 곧 제기될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강운·이호갑·부형권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