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동은 형식상으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재계의 모임을 상설화’할 것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날 회동은 재벌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부 대기업의 정리해고가 추진돼 노사갈등이 심화, 경제의 안정기반이 더욱 흔들리고 있다는 정부측 판단이 작용해 급히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재벌측에서도 요구사항이 적지 않다. 재계로선 개혁 약속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 이런 모임을 희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최대현안인 노사안정과 관련해 전경련은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는 등 고용안정에 주력하겠지만 그 대신 노조는 임금삭감 등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날 모임에서 강력하게 제시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노사 무쟁의선언’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조에 제의하는 방안까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또 매우 미묘한 사안인 빅딜(대규모사업교환)문제를 정부측과 긴밀히 협의하는 기회로 삼았다. 재계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빅딜방안을 정부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4일 청와대 회동 이후 자체적으로 빅딜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대행은 적극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16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심사결과에 대해 이들 그룹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4일 합의한 재벌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 약속한 재벌개혁 일정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특히 부당 내부자금거래 해소방안에 대해 재벌측의 입장제시를 요구했으며 대기업 자금편중현상 시정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부는 이같은 재벌개혁 촉구와 함께 그동안 재벌이 요구해왔던 각종 수출증대대책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6∼30대 그룹 무역금융 허용과 대기업의 수출환어음(DA)매입을 전면 허용하는 방안과 연불수출금융 확대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박현진·신치영기자〉witness@donga.com